늘 무엇인가 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던 사회적 환경과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는 내가 되어보기도 전에, 나를 대변할 존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금의 대가를 지불한 시간이 흘러서야 깨닫게 된 것은, 나 스스로의 모습을 찾고 내가 되기 이전에 그 누구도 영혼 없는 무엇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왜 우리는 애초에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여유마저도 우리 세대에겐 과분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지나온 42년이라는 시간의 지불로 너희들에게는 그리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기쁨과 사랑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가족의 소중함과 시간의 유한함 사이의 간극에 슬퍼할 줄 알고, 그래서 너희들의 오늘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여, 끊임없이 독서하고 기록하고 사색하고 질문하는 것이, 그것이 바로 내가 되어가는 따듯한 여정임을 알려줄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다.
너희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내가 가진 가장 값지고 귀하고 유일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기에 늘 책을 통해 삶의 진리와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게 되길 나는 오늘도 바라본다. 수많은 책들 속에 남겨놓은 모든 메모들은, 모두 너희 둘을 향해있었고 내가 남긴 모든 기록들은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었다. 언젠가 그 의미보다 더욱 여물어갈 너희들의 인생이 늘 책과 함께 생각을 멈추지 않는 시간이길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해본다.
생각과 영혼 모두 직립 보행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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