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럴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마저도 지탱해 주는 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느꼈을 때, 그래서 머릿속에 공허함만이 메아리칠 때, 몇 잔의 막걸리 낮술로도 나아지지 않는 마음일 때, 그간의 확언과 명상이 지금의 두려움으로 가리어질 때, 내려놓음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스러워질 때,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세상의 모든 소음과 단절되고 싶어 질 때,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막막함으로 시야가 흐려질 때, 세상 별일 없는 이 하루에 단 하루라도 단절이 생기길 바라게 되는 순간일 때, 간혹 그럴 때가 있다.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에 나를 되돌아보는 지혜로움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라 이에 등지고 싶어 하면서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은, 그 책임이 무거워야 하는 임원이라서도 아니고 강한 척 보이는 것이 중요해서도 아니다.
조직의 일원이기 이전에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한 개인이며 이렇게도 묵직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잘 살겠다는 소망보다 나의 오늘이 끝이 내일의 역사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내려놓길 원하는 그 마음을
나는 다시 내려놓는다.
반응형
'모닥불 앞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의 세계 (1) | 2024.01.06 |
---|---|
무엇이 되기 위해 애쓰는가: 나는 무엇이 될 상(相)인가 (1) | 2024.01.06 |
빚과 송금 (1) | 2024.01.06 |
왜 떠나는가: 퇴사하는 이들을 위한 랩소디 (0) | 2024.01.06 |
나는 일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0) | 2024.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