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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3

어쩌다, 초등학생 일요일 새벽 한 시 반, 원인모를 너의 울음에 나와 네 엄마는 눈이 떠졌다. 아마도 본 적 없는 공포스러운 존재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꿈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이겠지. 안아주고 토닥여도 너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네 엄마보다 예민한 나는 뒤척이다 세시반에 눈을 떠버렸다. 다시 잠들 수 없음을 알고, 마침 너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안방 천장을 유영하는 탓에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섯 시가 되기 전에 이불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나마도 내가 옆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네 왼쪽다리로 한참 동안을 물컹한 내 배 위에 올려둔 채 꿀잠을 자는 리츄얼 덕에 머리맡에 둔 E-Book 리더기를 벗삼아 두 시간 가량을 버텨낸 후였다.(종이책 신봉자에 가까운 나는, 작년 말 큰 맘먹고 구입한 E-Book 리더기로 .. 2024. 1. 6.
부부의 세계 이제 제법 가사의 참여와 각자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졌고 나는 꽤나 적극적이 되었다. 이른 새벽 기상을 하는 나는 첫째가 학교에 가야 할 준비를 할 때 즈음, 설거지 및 집안 청소를 시작하며 하루의 출발을 알린다. 덕분에 둘째의 기상과 취침시간도 첫째의 일과에 맞춰졌다. 뭉개지고 포개져 있는 빨래들을 본지도 오래되었다. 조금 쌓이는 꼴이 이렇게나 보기 싫은 것이었는지를 휴직이란 것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올 3월 초등학생이 된 딸의 등교를 아내가 담당하고 비슷한 시간대 언저리에 약간의 차이를 두고 둘째 녀석의 어린이집 등원을 내가 맡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자연스레 딸은 엄마와의 시간이 더욱 늘었고, 아들은 아빠와 끊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더불어 우리 부부는 관심사가 서로 다른 두 남매에 관한 이야기.. 2024. 1. 6.
잔치국수 평일 내 불편하고 생각 많았던 한주가, 주말 끝자락에서야 마음이 편해진다. 늘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면, 어김없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들이 생각난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내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뚝딱뚝딱 손쉽게 만들어낸다.(사실 그 과정의 수고스러움 모두를 관찰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돼지불백, 제육볶음, 김치찜 등은 먹고 싶을 때마다 큰 고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한데, 이런 묵직한 메뉴들을 제치고 '먹고 싶다'를 연발하는 음식이 있다. 잔치국수다. 사실 아내가 만든 잔치국수를 자주 먹어보진 못했다. 늘 그것보다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았고, 술안주 위주의 음식들을 원했던 나의 입맛을 아내는 존중해 주었다. 그런데 ..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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