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내 불편하고 생각 많았던 한주가,
주말 끝자락에서야 마음이 편해진다.
늘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면, 어김없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들이 생각난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내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뚝딱뚝딱 손쉽게 만들어낸다.(사실 그 과정의 수고스러움 모두를 관찰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돼지불백, 제육볶음, 김치찜 등은 먹고 싶을 때마다 큰 고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한데, 이런 묵직한 메뉴들을 제치고 '먹고 싶다'를 연발하는 음식이 있다. 잔치국수다.
사실 아내가 만든 잔치국수를 자주 먹어보진 못했다. 늘 그것보다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았고, 술안주 위주의 음식들을 원했던 나의 입맛을 아내는 존중해 주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먹고 싶은 음식들을 생각할 때, 특히나 깊은 고민 끝에 묘사하듯 얘기하는 음식은 늘 '국수'였다. 잔치국수, 열무국수, 비빔국수. 왜 그랬지? 아니 왜 오늘도 난 잔치국수를 얘기한 거지?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잔치국수에도 번거로운 과정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과,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빨리 사라진(?) 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어쩌면 난,
국수를 삶고, 고명을 준비하고, 양념장을 만들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서 '나에 대한 사랑'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귀찮게 그런 걸 먹고 싶어 하는 나에게, 군소리 없이 준비해 주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난 '사랑'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기억이 강렬했고 꽤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할 일이다. 아니, 그저 감사하기만 해야 할 일이다. '안주일체'를 내세우는 노포도 아닌데, 별생각 없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했던 내가 참 미안해진다.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임에도, 자극적이지 않은 아내의 음식에 길들여졌다. 쉬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겨나는 남편에게 나의 아내도 길들여졌다.
그렇게 우리는,
내어놓은 잔치국수 한 그릇에,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는 잔치국수 한 그릇에
우리 둘의 사랑을 담아내고
받아냈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축복인 것이다.
세상 둘도 없는 잔치국수를 통해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오늘도
고맙다
그런 너를 사랑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