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일상에세이17 빚과 송금 그렇다. 지금까지 무탈히 지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나에게 '빚'이 없다는 사실이었고, 또 그에 비해 벌이의 수준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둘이 생기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아내는 평생 꿈의 직장이었던 은행을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아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나의 설득도 있었고 그게 큰 부분 작용했다. 아이들 곁에는 엄마가 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적인 생각과 내 유년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내 삶과 전혀 무관치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한 정서적인 혜택이 나의 성장에 주요했던 점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나의 이직이 있었고, 지출을 통제하는 삶 속에서 나름의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약의 당첨은 앞으로의 예고된 확정지출의 범위를 가늠케 하는 큰 사건이었고, 어느 .. 2024. 1. 6. 왜 떠나는가: 퇴사하는 이들을 위한 랩소디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쉽지 않았던 여러 개의 관문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우리는 왜 떠나려 하는가? 조직에의 적응에 실패해 낙오자가 된 것만 같고, 연일 들여다보는 SNS에서는 여기저기 젊은 나이에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는 포스팅이 넘쳐난다.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이미 자정이 넘어있고 나는 또 오늘과 별다를 바 없을 내일을 생각하며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낸다.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15년간 두세 차례 이직을 했던 나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있었다. 취업은 힘겨웠고 퇴사는 어려웠으며 이직은 짧게나마 달콤했다. 성장을 기대했고 소수는 성공을 꿈꾸었을 것이다. 쏟아지는 업무의 무게가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2024. 1. 6. 잔치국수 평일 내 불편하고 생각 많았던 한주가, 주말 끝자락에서야 마음이 편해진다. 늘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면, 어김없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들이 생각난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내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뚝딱뚝딱 손쉽게 만들어낸다.(사실 그 과정의 수고스러움 모두를 관찰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돼지불백, 제육볶음, 김치찜 등은 먹고 싶을 때마다 큰 고민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한데, 이런 묵직한 메뉴들을 제치고 '먹고 싶다'를 연발하는 음식이 있다. 잔치국수다. 사실 아내가 만든 잔치국수를 자주 먹어보진 못했다. 늘 그것보다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았고, 술안주 위주의 음식들을 원했던 나의 입맛을 아내는 존중해 주었다. 그런데 .. 2024. 1. 6. 나는 일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한 자기 계발 탓인 것만 같아 수십 권의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왜 계속 도망치려 하는 것인지, 좀 안정됐다 싶으면 왜 다시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인지 누군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길 기대한 적도 많았다. 지난 15년간 좋은 직장을 두루 거쳐오며 크게 다르지 않은 조직의 생리가 불합리로 설명되었던 나의 이해는 그 공간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에 불을 지폈다. 깊게 생각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의 작업이 '일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이라 여겼다. 대학생활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것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전공과 교양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식의 발현이 목적이 아닌 앞으로.. 2024. 1. 6.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