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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앞에서15

왜 떠나는가: 퇴사하는 이들을 위한 랩소디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쉽지 않았던 여러 개의 관문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우리는 왜 떠나려 하는가? 조직에의 적응에 실패해 낙오자가 된 것만 같고, 연일 들여다보는 SNS에서는 여기저기 젊은 나이에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는 포스팅이 넘쳐난다.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이미 자정이 넘어있고 나는 또 오늘과 별다를 바 없을 내일을 생각하며 잠들 수 없는 밤을 보낸다.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15년간 두세 차례 이직을 했던 나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있었다. 취업은 힘겨웠고 퇴사는 어려웠으며 이직은 짧게나마 달콤했다. 성장을 기대했고 소수는 성공을 꿈꾸었을 것이다. 쏟아지는 업무의 무게가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2024. 1. 6.
나는 일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한 자기 계발 탓인 것만 같아 수십 권의 책들을 쌓아두고 읽고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왜 계속 도망치려 하는 것인지, 좀 안정됐다 싶으면 왜 다시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인지 누군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길 기대한 적도 많았다. 지난 15년간 좋은 직장을 두루 거쳐오며 크게 다르지 않은 조직의 생리가 불합리로 설명되었던 나의 이해는 그 공간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에 불을 지폈다. 깊게 생각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의 작업이 '일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범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이라 여겼다. 대학생활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것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전공과 교양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식의 발현이 목적이 아닌 앞으로.. 2024. 1. 6.
내려놓고 싶을 때 그럴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마저도 지탱해 주는 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느꼈을 때, 그래서 머릿속에 공허함만이 메아리칠 때, 몇 잔의 막걸리 낮술로도 나아지지 않는 마음일 때, 그간의 확언과 명상이 지금의 두려움으로 가리어질 때, 내려놓음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스러워질 때,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세상의 모든 소음과 단절되고 싶어 질 때,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막막함으로 시야가 흐려질 때, 세상 별일 없는 이 하루에 단 하루라도 단절이 생기길 바라게 되는 순간일 때, 간혹 그럴 때가 있다.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에 나를 되돌아보는 지혜로움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라 이에 등지고..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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